"핸드폰 일련번호를 누가 유출했나가 관건" 검찰"기술상 어려워" 고소인"테러범이 남겨도 가만 있겠나" / 이태준 기자
"수사 관건은 누가 핸드폰 일련번호를 주고 받았는지를 알아내는 일"삼성노동자 불법 위치추적사건 수사에서 고소인 쪽이나 검찰 쪽 공통으로 지적하는 수사의 핵심 관건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술상 어렵다"며 수사가 지지부진한 까닭을 해명했고, 고소인 쪽은 "검찰이 수사할 마음이 없다"며 수사 의지를 지적했다 .
SKT, KTF 중앙전산망에 일련번호 유출 기록남아 있다수사의 핵심 단서는 바로 단말기 일련번호다. 이번 사건 개요는 '누군가 특정 목적으로 피해자들 핸드폰을 불법 복제해서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해 피해자들 모르게 위치추적을 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핸드폰을 불법 복제할 때는 반드시 복제하려는 핸드폰의 일련번호를 알아내야 한다. 일련번호는 모든 휴대폰이 갖고 있는 고유암호다.
이 일련번호는 해당 이동통신 사업체만이 제공할 수 있다. 곧 이동통신 회사 내부자가 불법복제를 위해 일련번호를 달라고 요구한 누군가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불법복제는 불가능한 셈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이 일련번호를 알아내는 행위나, 그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소송 대리인을 맡은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해당 일련번호를 언제 어느 대리점에서 누가 주고 받았는지는 대리점 기록에 나온다"며 "그럼 일련번호를 유출한 해당 대리점을 찾아 그곳을 수사하는 게 이번 수사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련번호를 입수하려면 어느 이동통신 회사 대리점 담당자든 중앙 전산망 컴퓨터에 접속해야 한다. 이때 중앙컴퓨터에 가입자 로그 기록이 남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는 SK텔레콤과 KTF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한 총 20개 핸드폰이 불법복제됐다. 곧 20개의 일련번호가 유출됐고, 그 기록이 해당 이통신업체 중앙 전산망에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럼 관건은 해당 사업체 전산망에 기록된 여러 일련번호 유출 로그기록 가운데, 어떤 기록이 삼성 노동자 위치추적을 위해 불법으로 핸드폰을 복제하기 위한 것인지를 찾아 내는 일이다.
춘천지검, 비슷한 불법위치추적 사건 밝혀내
실제로 춘천지방검찰청이 이런 방식으로 불법위치추적을 한 사건을 3개월만에 밝혀낸 사례가 있다. 지난해 감금과 폭행을 당하던 성매매 피해여성이 업소를 탈출했는데 성매매 업자가 피해여성의 핸드폰을 불법복제해 위치추적을 해서 피해여성이 숨은 곳을 찾아낸 사건이 있었다. 춘천지검은 성매매 업자 주변 인물 가운데 일련번호를 유출해 핸드폰을 복제한 용의자를 잡아 자백을 받아내 성매매 업자를 처벌할 수 있었다. 이 수사는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맡은 검찰은 "춘천지검 사건과 경우가 달라 기술상 수사가 어렵다"며 괴로움을 나타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 이영우 검사는 "춘천지검 사례는 성매매 업주와 불법복제를 한 주변 인물들로 용의자가 뚜렷이 있었다"며 "삼성 사건은 당한 피해자만 있고 심증만 거론할 뿐 용의자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원지방 삼성 임직원 전부 소환해야 하나"
범인이 위치추적을 위해 친구찾기 서비스를 했을 때 발신 기지국이 주로 삼성 SDI 수원 공장 주변에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검사는 "발신지가 수원이라 해도 복제는 전국 어디서나 가능하다"며 "설령 수원기지국 근방 삼성 임직원들을 전부 소환해 조사한다해도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SKT나 KTF 중앙 전산망에 전국 대리점에서 불법복제시 일련번호 유출 기록이 남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소인 쪽도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내고 통신업체한테 자료를 받으면서 우리와 비슷하게 자체조사를 하고 있지만 못하고 있지 않은가"하고 발뺌했다.
바로 삼성일반노조가 "그럼 수사권을 차라리 우리한테 달라"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발신기지국 위치정보를 수사목적 외에는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고 있는 점과 같이 수사권을 가진 검찰만이 가장 손쉽게 자료 접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지검 사례와 같이 결국 검찰이 수사 의지만 있으면 일련번호 유출기록을 뒤져 누가 불법복제를 했는지 파헤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소가 접수된 지 수사는 벌써 석달 째 진행중이다. 검찰청 내부 훈시규정상 통상 형사고소 사건을 접수하면 검찰은 3개월 안에 수사 자체를 마쳐야 한다. 이 검사는 "맨 바닥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테러범이 흔적남겨도 검찰은 가만있겠나"
하지만 고소장을 낸 김칠준 변호사는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일련번호 유출 기록들이 전산부호로 남아 있다는 점"이라며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즉시 확보하지 않으면 이런 통신회사 자료는 3-6개월이 지나면 지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련번호 유출에 대해 해당 이동통신사는 직무상 과오를 한 셈이니 잘 알려주지 않는다. 검찰이 집중 수사해야 유출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유출자는 1주일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3달이 다 돼간다. 이러면서 지금쯤은 아마 삼성이 알리바이를 다 만들어 놨을 지 모른다. 검찰이 수사를 끌어 삼성은 진상이 드러날 가능성을 줄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고 있다"
김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해당 회사 중앙전산망에 있는 일련번호 유출 로그기록을 다 뒤져야 하는 점 같이 분명 기술상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테러범이 남긴 흔적이라면 검찰이 지금처럼 기술상 어렵다며 방치하고 있겠나"고 되물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도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 의지의 문제"라면서 "불법대선자금수사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을 불러 파헤친 것처럼, 검찰이 이동통신 업체나 삼성 임직원들을 소환해 수사할 마음만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고 말했다.